데이터로 확인하는 ‘책 읽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의 문화적 거리
독서는 흔히 개인의 습관이나 취향 문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독서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은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사회적 인프라와 지역 기반의 문화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특히 지방도서관은 지역 사회에서 책과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공 거점이며, 이들의 운영 실태와 이용 행태는 곧 그 지역의 독서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지식 순환 시스템을 상징한다. 대출권수, 방문자 수, 연령대별 이용자 비율, 도서관당 인구 비율 등은 모두 한 지역이 ‘얼마나 책을 가까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자료다. 반면, 이용률이 현저히 낮거나 아예 도서관이 없는 지역도 존재한다는 점은 문화 복지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공공데이터포털, 국립중앙도서관, 지자체 문화체육관광부 자료 등에서 제공하는 지방도서관 이용자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국 각 지역의 독서문화 격차를 분석한다. 단순한 순위 나열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문화 접근성과 지역 구조의 차이를 통해 ‘책을 읽는 도시’와 ‘책에서 멀어진 지역’의 현실을 직시해보자.
지방도서관 이용자 데이터의 구조와 접근 방식
국내에서 공공도서관 이용 현황은 여러 기관을 통해 정리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정보나루’(www.library.go.kr)이며, 이외에도 공공데이터포털(data.go.kr),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통계, 각 지자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도 연간 이용자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주요 데이터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연도별 공공도서관 수 및 신규 개관 수
- 지역별 1인당 연간 대출 권수
- 도서관당 등록회원 수
- 연령대별 이용자 비율
- 도서관당 평균 방문자 수
- 전자책 및 디지털자료 이용률
- 독서문화프로그램 참여 건수
이 데이터는 단순 집계뿐 아니라 엑셀, JSON, API 형태로 제공되며, 일부 지역은 읍·면·동 단위까지 세분화된 통계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고양시는 ‘일산도서관’, ‘행신도서관’, ‘화정도서관’ 등 도서관별 대출 권수, 주간 이용자 수, 프로그램 운영 통계를 매월 공개한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이용 통계’를 통해 자치구별 이용 실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서관 확충 우선 지역, 운영 시간 조정 필요성 등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연구자, 교육자, 지역활동가, 문화정책 담당자에게도 중요한 분석 도구로 기능한다. 특히 지역 간 비교를 가능하게 하며, 문화 접근권의 지리적 불균형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별 도서관 이용률 격차: 수치가 보여주는 문화 격리
도서관 이용자 데이터를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대한민국 내에서 ‘책과 가까운 지역’과 ‘책에서 멀어진 지역’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히 도서관당 인구수, 1인당 연간 대출 권수, 도서관당 프로그램 운영 횟수는 지역 간 격차가 심한 대표 지표다.
예를 들어, 2023년 기준 서울시의 1인당 연간 평균 대출 권수는 약 7.8권이다. 이에 비해 충청북도 단양군은 1.3권에 그쳤다. 같은 해, 경기도 성남시는 1인당 10.4권을 기록해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경남 의령군은 1인당 0.9권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인구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도서관당 배정 예산, 시설 접근성, 직원 수, 문화프로그램 다양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예산이 부족한 군 단위 지역은 도서관이 1~2곳에 불과하고, 운영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적이며, 토요일 또는 주말 개방률이 낮아 직장인이나 학생의 접근이 어렵다.
반면, 서울·경기 주요 도시의 경우 도서관 간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으며, 야간 운영 도서관이 다수 존재하고, 전자책 대출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특히 전자도서관 이용률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갈수록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까지 반영하는 지표다.
결국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증명된다. 이는 교육·문화 인프라의 불균형을 넘어서, 정보 격차와 지역 소외의 문제로 이어진다.
연령대별·계층별 도서관 이용 격차의 구조적 문제
단순한 지역 격차 외에도, 연령대별·계층별 이용률에서 뚜렷한 편차가 나타난다. 특히 청소년과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주민 등의 공공도서관 접근성은 여전히 취약하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도서관 등록회원 중 60세 이상 이용자는 전체의 7.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10대 이하 이용자 비율은 약 28%였으며, 20~30대 청년층의 비율은 15% 미만에 머물렀다. 이는 청년과 노년 모두 도서관과의 접점이 희박한 상태라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청년층은 직장 생활이나 학업으로 인한 시간 제약, 도서관의 비탄력적 운영 시간, 접근성 문제 등을 이유로 이용률이 낮다. 또한 고령층의 경우, 디지털 도서관 사용이 어려워 전자책, 키오스크 대출, 검색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문화가정, 장애인, 비문해 성인 등의 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일부 지역 도서관은 장애인용 도서(점자도서, 대체자료 등) 보유 비율이 전체 도서의 0.1%도 되지 않는 곳이 많으며, 외국어 자료 역시 수요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도서관의 물리적 존재 여부를 넘어, 실질적 이용 가능성을 평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도서관이 공간으로서 존재하더라도, 그 공간에 접근할 수 없는 시민이 많다면, 그것은 기능하지 않는 공공자원이나 다름없다.
독서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데이터 기반 정책 방향
독서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서관 수를 늘리는 것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도서관 이용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정책 설계에 활용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 기반 지역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 특정 지역의 대출률이 낮다면, 단순히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북 A군의 경우 대출률은 낮지만 이동도서관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 ‘고정형 도서관’보다 ‘찾아가는 도서관’이 더 효과적인 모델로 작용한다.
둘째, 연령별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령대 맞춤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청년층을 위한 야간 개방,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문해 교육, 어린이를 위한 가족 중심 독서문화프로그램 확대 등이 예시다.
셋째, 데이터를 공개하고 시민이 이를 분석하고 제안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도서관 이용 통계를 시각화한 리포트를 시민에게 제공하며, 이를 기반으로 프로그램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에 기반한 ‘시민 공동 기획형 도서관’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도서관 플랫폼의 지역 간 불균형 문제 해결도 중요하다. 데이터에 따르면, 수도권은 전자책 이용률이 38%에 달하는 반면, 농촌 지역은 10% 미만에 그친다. 이는 단순한 기기 보급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 교육·접근 채널·인터페이스 개선 등 복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문화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고착된다. 공공도서관 이용 데이터는 그 격차를 단순한 감각이 아닌 숫자로 증명하고 대응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정보는 해석될 때 의미가 있고, 해석된 정보는 정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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