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전통시장 진단과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전략
전통시장은 한때 지역 경제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신선한 농산물, 생동감 넘치는 상인들의 목소리, 가족 단위의 장보기 풍경은 도시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배달 문화의 확산은 전통시장을 점차 주변화시켰다. 오늘날 많은 전통시장이 고객 감소, 상인 고령화,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시장은 기능을 상실한 채 공간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 열쇠는 지역의 공공데이터에 있다. 상권 변화, 방문객 수, 교통 접근성, 상인 연령대, 점포 업종 분포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문제가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이 지역 특성과 맞지 않는지, 어떤 가능성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통시장을 감성의 공간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객관적인 데이터로 진단하고 설계하는 실질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시장 관련 공공데이터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전통시장에 대한 논의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기반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시장 활성화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공개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주요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① 공공데이터포털 (data.go.kr)
공공데이터포털에서는 전국의 전통시장 현황 데이터를 제공한다. 주요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전통시장 기본 정보 (위치, 점포 수, 시장 면적, 주차장 보유 여부)
- 점포 업종별 분포
- 시장별 화재 보험 가입률
- 온누리상품권 가맹 현황
- 시장 환경개선 사업 수혜 이력
- 시장 방문객 수 추정치
② 지방자치단체 빅데이터 포털 및 지역 통계 플랫폼
서울시, 부산시,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자체 통계 플랫폼을 운영하며 전통시장 관련 정보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 부산시는 ‘부산시장정보시스템’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 주별·월별 방문객 변화
- 연령대별 시장 이용 패턴
- 주변 상권과의 상호작용 지표
- 공영주차장 이용률 및 접근성
③ 중소벤처기업부 전통시장 통합정보시스템
중기부는 ‘전통시장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시장의 인증 여부, 특성화시장 선정 여부, 상인회 운영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시장의 행정적 지위와 정부 지원 이력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지역 특성에 맞춰 정리하면, 단순히 “사람이 안 온다”는 직관에서 벗어나 시장별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는 분석이 가능하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전통시장 진단: 무엇이 문제인가?
전통시장의 위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확한 형태로 추출할 수 있다. 다음은 공공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통시장 위기의 구체적인 징후들이다.
① 고객 기반의 고령화 및 비정기화
서울시 상권분석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약 60%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주기적으로 방문하기보다는 특정 시즌이나 행사 때만 몰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지역 커뮤니티의 일상적 공간이 아닌, ‘특수한 목적을 가진 장소’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② 점포 업종의 편중
중소기업벤처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전통시장의 점포 구성은 식료품(생선, 채소, 정육 등)과 의류 업종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다. 이는 다양한 소비층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1인 가구, 외국인 관광객, 젊은 세대에게는 진입장벽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③ 접근성 문제
시장까지 도보 10분 이상 소요되는 지역이 다수 존재하며, 공영주차장 부족 또는 유료화, 대중교통 연계 미비 등이 시장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차량 기반 소비자들에게는 쇼핑 편의성이 대형마트나 쇼핑몰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인식이 강하다.
④ 운영 시간과 디지털 접근성
시장 대부분이 낮 시간대에만 운영되며, 주말·야간 이용이 어려움. 또한 온라인 정보 접근성도 떨어져 외부 방문객 유입이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에 전통시장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 운영 시간, 주차 여부, 판매 품목조차 제대로 기재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이처럼 문제는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으며, 각 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공통적인 처방이 아닌, 데이터 기반 맞춤형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공공데이터 기반 전통시장 활성화 전략 제안
전통시장 활성화는 단순히 행사나 홍보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를 활용한 구조적 개선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공공데이터를 토대로 제안할 수 있는 핵심 전략들이다.
① 데이터 기반 점포 재구성
시장 내 업종 분포 데이터를 분석하여 편중된 업종을 조정하고 공백 업종을 유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F&B(디저트, 로컬카페)나, 체험형 점포(수공예, 향토음식 시연 등)를 유치함으로써 방문 동기를 강화할 수 있다.
② 고객 분석 기반 운영 시간 조정
지역별 시장 방문 시간대를 분석하면, 유휴 시간대를 줄이고 야간 운영 강화 또는 주말 특화형 운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일부 시장은 퇴근 후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야시장’으로 전환하여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③ 디지털 정보 접근성 개선
지자체는 시장 정보를 지역 포털, 내비게이션, 지도 플랫폼에 정확하게 등록 및 자동 갱신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상인회 주도로 SNS 계정 운영, 디지털 전단지 배포 등을 통한 정보 전달 채널을 다각화할 필요도 있다.
④ 연계형 정책 추진
시장 단독 활성화가 아닌, 주변 인프라와 연계한 정책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시장 근처의 문화시설, 복지시설, 청년창업 공간과 연계하여 시장 방문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설계하는 방식이다. 시장 인근 공공도서관 방문 후, 장을 볼 수 있도록 시민 동선 기반 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한 상업적 접근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시민 생활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도시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전통시장은 지역의 자산이며, 데이터는 그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일시적인 이벤트에 의존하거나, 전국적인 일괄 정책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일부 시장은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다시 침체기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역마다 다른 문제를 데이터로 진단하고, 시민 생활과 시장을 연결하는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공공데이터는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수치로 문제를 설명할 수 있으며, 실행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제안하고, 실험하고, 조정해가는 과정에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단순한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장소다.
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려면, 감성과 데이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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