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창작의 맥을 데이터로 드러내다
창작은 영감에서 시작되지만, 지속성은 구조에서 나온다.
예술은 지역 주민의 감수성과 일상의 언어로 표현되는 동시에, 창작자, 공간, 제도, 예산, 네트워크라는 복합적인 기반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누군가의 재능’이나 ‘우연한 기획’으로만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지역 예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 기반의 생태계 진단과 정책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어떤 지역은 창작자 수는 많은데 발표 공간이 없고, 어떤 지역은 공연장은 있지만 관람객 유입이 적으며, 어떤 프로그램은 예산이 있음에도 참여율이 저조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행정 조정이 아니라, 문화 데이터를 통한 정밀한 분석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문화재단은 수년간 공공문화 데이터(예술가 분포, 공간 가동률, 프로그램 만족도, 문화이용률 등)를 축적해 왔으며, 이제는 이 데이터를 통해 지역 예술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공공문화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 예술 활동의 흐름을 진단하고, 창작자의 활동 기반을 넓히고, 예술 향유권의 형평성을 높이는 전략을 제안한다. 예술은 예감으로 시작되지만, 정책은 데이터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역 예술활동 진단을 위한 공공문화데이터 구조
지역 예술의 구조를 파악하려면, 창작자, 공간, 프로그램, 수요자라는 네 가지 축을 데이터로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활용 가능한 공공문화데이터는 다음과 같다
● 문화체육관광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KOFICE)
-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 정보 (예술인 수혜자 수, 장르별 분포, 지역 분포)
- 공연·전시·창작활동 건수 (지역별, 시기별, 장르별)
- 예술인 복지 신청 및 등록 현황
- 지역 예술가 창작기반 만족도 조사
● 지역문화진흥원
- 생활문화시설 위치 및 운영 현황
-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데이터
- 생활문화동호회 등록 수, 활동 횟수
- 지역 커뮤니티 예술 활동 평가 보고서
● 공공데이터포털(data.go.kr)
- 문화시설별 월별 가동률, 프로그램 참여자 수
- 지역축제 참여자 수, 방문객 추이
- 전시·공연 일정 등록 및 연기·취소 현황
- 장르별 예산 배분 통계(음악, 무용, 시각예술 등)
예를 들어, 서울 외곽의 한 구는 공공 예술 프로그램 수는 서울시 평균의 80% 수준이지만, 실제 주민 참여율은 47%에 불과하며,
해당 구에 거주하는 등록 예술가의 창작 발표 횟수는 1인당 연 0.6회로 매우 낮았다.
이는 프로그램이 ‘소비자 중심’에 치중된 반면, 창작자 기반의 생태계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기 북부 모 지역은 문화예술회관의 가동률이 연간 40%에 그쳐 ‘시설은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유휴 인프라’로 방치되고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실질적인 근거가 된다.
지역 예술 생태계의 비효율과 불균형 구조 분석
공공문화데이터를 분석하면, 지역 예술 활동이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창작 공간 부족 vs 유휴 공간 미활용
많은 예술가가 창작 공간의 부족을 호소하지만, 지역 문화시설의 실제 가동률은 50% 미만인 경우도 많다.
이는 공간이 있지만, 공공 대관절차의 비효율성, 민간 활용 불가 정책, 시간대 제약 등
‘사용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이용과 수요가 불일치하는 현상이다.
● 프로그램 공급 중심 설계
지자체는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지만, 많은 경우 지역의 창작자 수나 장르 수요와는 무관하게 운영된다.
이로 인해 정원 미달, 반복된 유사 프로그램, 관람객 동원 문제 등이 발생하며
정작 필요한 장르·형식은 배제되는 왜곡이 나타난다.
예: 시각예술 작가가 많은 지역에서 공연 중심 프로그램만 운영 → 창작자 유입 없음
● 장르별 예산 불균형
공연예술, 전통예술에 집중된 예산 배분 구조로 인해 문학, 디지털미디어, 사운드아트, 비주류 시각예술 등은
지속가능한 활동이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예산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 공공 문화예산 중 약 61%가 공연장 중심의 사업에 집중되었고,
창작자 직접 지원은 17% 수준에 그쳤다.
● 생활예술 vs 전문예술 간 연결 단절
생활문화동호회의 활동은 활발하지만, 전문예술인과의 교류, 멘토링, 협업 기회가 적다.
이는 동호회 → 창작 활동 → 발표 기회 → 예술 생태계 유입이라는 자연스러운 성장 경로가 끊기는 문제를 유발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히 예산 확대가 아닌, 정밀한 수요-공급 매칭, 공간 설계, 지원방식 다변화로 접근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지역 예술활동 활성화 정책 전략
공공문화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실질적인 정책 설계가 가능하다.
① 유휴 공간 연계형 창작 지원
공공시설 가동률이 낮은 문화공간을 ‘창작자 상시 개방 스튜디오’ 또는 ‘창작+워크숍 복합공간’으로 전환하여
지역 예술가에게 공간을 우선 개방한다.
이를 통해 시설 가동률 상승 + 창작자 정착률 증가를 동시에 유도할 수 있다.
예: 평일 낮 시간 유휴 공연장 → 디지털 아트 워크숍 + VR 갤러리
② 장르 수요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재구성
데이터를 통해 지역의 장르 분포와 참여 선호도를 분석한 뒤, 프로그램 기획 시 창작자 연계도와 지역 선호도 반영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방식은 단순 기획 공급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③ 예술인 직접 지원 예산 확대 + 참여형 공모 방식 전환
기존 기관 주도형 공모사업은 행정 접근성이 낮은 창작자에게 불리하다.
창작자 직업군, 활동 연차, 예술 활동 유형에 따라 소규모 마이크로펀딩 또는 지역주민 투표 기반 지원제도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예: “마을 창작자와 함께하는 10만원 창작 기금” → 온라인 아이디어 투표로 수혜자 선정
④ 생활예술과 전문예술 간 협업 모델 확산
생활문화동호회와 전문 예술인을 연결하는 ‘이중창작 시스템’(예: 동호회 연습 + 예술가 창작지도 + 공동 공연)을 도입하면
생활문화 → 전문문화로의 수직 이동 경로와 수평 확산 동시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은 시설 중심, 행사 중심, 공급 중심의 기존 예술정책에서 사람 중심, 참여 중심, 구조 중심의 생태계 기반 전략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문화데이터 기반 시민 확산 전략 및 지역 커뮤니티 연계 방안
데이터 기반 문화 정책은 행정에서 끝나지 않고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문화에 연결되고,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① ‘우리 동네 문화지도’ 제작 및 공개
지역의 문화공간, 창작자 수, 장르 분포, 프로그램 현황 등을 시각화하여 동단위 문화지도 형태로 공개하면
문화의 거점성을 체감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예: “우리 동네에는 시각예술 작가가 가장 많습니다. 주 3회 이상 창작 공간을 사용하는 곳은 OO복지센터입니다.”
② 시민참여형 프로그램 기획 챌린지
“내가 원하는 동네 공연은 이런 모습!”, “우리 아이를 위한 전시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같은
아이디어 공모 방식으로 주민 제안을 수렴하고 기획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정책의 수용도와 문화 주체 의식이 동시에 높아진다.
③ 청년·청소년 창작자 발굴 플랫폼 운영
학교, 대학, 청년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작품 리뷰, 전시 기획, 창작 실험 등을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동시에 운영하면 신진 예술가의 활동 기반 확대와 지역 정체성 연결이 가능하다.
④ 로컬 미디어와의 협업 콘텐츠 제작
지역 라디오, 팟캐스트, SNS 채널과 협력해 “우리 동네 작가 인터뷰”, “한 달에 한 번 창작자 톡톡” 같은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생산하면 데이터 기반 문화 정책이 ‘살아 있는 이야기’로 전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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